「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개정·시행

(사진 설명 : 평창군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기후정의와 과학적 이행으로 무장한 탄소중립기본법을 대한민국 넷제로의 나침반으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폭염과 가뭄, 초대형 산불, 집중호우와 홍수는 이미 우리의 일상과 산업 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기후변화는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와 산업, 지역사회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이제 탄소중립은 선택 가능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6년 개정·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대한민국의 기후정책 체계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과학적 정책 결정, 시민 참여 확대, 녹색산업 육성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후정의 개념이 법률 체계 속에 더욱 구체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법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사회 구성원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과 혜택을 공정하게 나누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노인, 아동, 저소득층, 야외노동자, 농어업 종사자 등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했다.

이는 탄소중립이 특정 산업이나 특정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선언과도 같다. 에너지 전환과 산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노동자와 농민,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정의로운 전환’ 원칙 역시 같은 맥락이다. 탄소중립은 환경을 위한 정책인 동시에 사회적 연대와 공정성을 확보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이번 개정법은 정책의 과학성과 책임성도 크게 강화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변경할 경우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한 매년 감축 목표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목표 달성에 미달할 경우 추가 감축 계획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기후정책이 더 이상 선언과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성과와 데이터로 평가받는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들 역시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의지가 아니라 이행 능력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동시에 산업 육성 전략이기도 하다. 법은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규정하고, 녹색금융 활성화와 배출권거래제 운영, 기후예산 체계 구축 등을 국가 전략의 핵심 요소로 포함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을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 질서를 창출하는 성장 전략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탄소배출권 시장과 탄소회계, 바이오차, 산림탄소, 블루카본, CCUS(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 재생에너지, ESG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탄소중립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부담이 아니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기회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개정법은 시·도와 시·군·구 단위의 탄소중립 계획 수립과 이행 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의 성패가 중앙정부 정책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지역별 산업 구조와 산림, 농업, 에너지 여건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청권을 비롯한 산림 비중이 높은 지역은 산림탄소와 바이오차, 목재 이용 확대, 탄소흡수원 조성 등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기후위기를 위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법이 강조하는 것은 국민 참여다. 기후시민회의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국가와 지방정부가 정보 공개와 참여를 보장하도록 한 것은 탄소중립이 행정기관만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제 대한민국은 넷제로를 향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법과 제도는 상당 부분 갖추어졌다. 남은 것은 실천이다. 정부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기반한 조세·금융 개혁을 추진하고, 녹색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은 탄소를 비용이 아닌 경쟁력으로 인식해야 하며,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탄소중립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탄소중립기본법은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나침반이다. 그러나 나침반만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는 없다. 철저한 이행과 사회적 연대, 그리고 과학에 기반한 정책 집행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한 녹색경제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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