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 왜 인도 카르나타카 ‘검은 숯’으로 몰리나 ?

(사진 설명 : AI 이미지 컷)

인도정부, 뉴델리의 탄소 배출권 수출 통제령과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역학 관계

한때 국경 없는 기후 금융의 상징이었던 인도의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뉴델리 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른바 ‘탄소 민족주의(Carbon Nationalism)’의 부상이다. 인도 정부는 자국 내에서 발행되는 저가 상쇄 배출권(Offset)의 해외 유출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화되면서, 인도 정부는 자국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탄소 감축 여력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산림 보존이나 단순 회피형(avoidance) 크레딧이 규제 불확실성에 직면한 반면, 장기 탄소 제거(Carbon Dioxide Removal·CDR) 분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영국 기반 탄소 제거 플랫폼 ‘슈퍼크리티컬(Supercritical)’과 인도·덴마크 합작 기후테크 기업 ‘매시 메이크스(MASH Makes)’가 체결한 약 1만 톤 규모의 바이오차(Biochar·바이오숯) 선도구매 계약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존 회피형 탄소배출권이 국가 정책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고영구성(high-permanence)을 가진 탄소 제거(CDR) 자산은 여전히 글로벌 자본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지정학적 변화의 배경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도 전력부는 무제한적인 탄소 배출권 수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시사했다. 파리협정 제6조에 따르면 탄소 감축 실적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주최국은 ‘상응조정(CA·Corresponding Adjustment)’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해외에 판매된 감축량을 자국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계산에서 제외해야 함을 의미한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집약도를 45% 감축하겠다는 국가 확정 기여도(NDC) 목표를 추진 중인 인도 정부 입장에서는 값싼 감축 수단을 해외로 과도하게 이전할 경우 향후 자국 산업의 탈탄소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탄소를 단순 환경상품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보는 정책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인도 자체 탄소시장(ICM) 구축에도 반영되고 있다. 2023년 발효된 탄소크레딧거래제도(CCTS)에 따라 인도 정부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석유 정제 등 주요 고배출 산업군을 중심으로 자국형 탄소 규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인도가 향후 CBAM과 같은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탄소 완충 체계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정책 환경 속에서도 매시 메이크스와 슈퍼크리티컬의 계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이오차 시장의 성장성과 과학적 검증 가능성 때문이다. 핀란드 기반 탄소 제거 인증 플랫폼 Puro.earth 의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바이오차는 최근 durable CDR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Puro.earth 에 따르면 바이오차는 2025년 기준 durable carbon removal 발급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9년 이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시장 규모와 점유율은 측정 기준과 집계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존 회피형 크레딧이 추가성(additionality)이나 기준선(baseline) 논란에 노출된 반면, 바이오차는 상대적으로 검증 가능한 탄소 저장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업 폐기물을 산소가 제한된 열분해(Pyrolysis) 시설에서 처리하면 안정적인 탄소 물질이 생성되며, 이를 토양에 활용할 경우 장기간 탄소를 저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바이오차는 토양 보수력 개선과 농업 생산성 향상, 노천 소각 감소 같은 공동 편익(Co-benefits)도 기대할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기존 저가 상쇄 크레딧에서 고품질 제거 크레딧으로 이동하는 ‘품질 중심 이동(Flight to Quality)’ 흐름으로 해석한다.

가격 흐름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를 보여준다. 일반 회피형 크레딧은 공급 과잉과 신뢰도 논란 속에서 톤당 미화기준 5~10달러 이하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바이오차 기반 durable carbon removal은 거래 구조와 검증 수준에 따라 톤당 1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가격대를 형성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 유동성 역시 개선되고 있다. Puro.earth 와 관련 시장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차 분야에서는 선도구매 계약(forward purchase agreement)과 전문 브로커 플랫폼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 개발사들이 실제 크레딧 발행 이전에도 초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단순히 저가 상쇄 크레딧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실제 탄소 제거 인프라 구축 자체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매시 메이크스 사례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석된다.

글로벌 탄소시장은 점차 두 개의 시장으로 분화되는 모습이다. 하나는 저가 회피형 상쇄 크레딧 중심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오차·DAC(직접공기포집)·BECCS 같은 고품질 엔지니어드 탄소 제거(CDR) 시장이다.

그리고 인도의 사례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앞으로 탄소배출권은 단순한 국제 환경상품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무역 전략, 국가 정책이 복합적으로 얽힌 전략 자산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 변화의 최전선에서 바이오차는 차세대 탄소경제의 핵심 자산 중 하나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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