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글로벌 스탠다드 CDR 거울삼아 질적 무결성 강화

지난 5월 28일, 글로벌 탄소 관리 전문 기업 카본 다이렉트(Carbon Direct)와 빅테크 시장의 최대 탄소 크레딧 구매자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스트라이프(Stripe)가 과학자 및 산업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여 발표한 『CDR을 위한 지속 가능한 농업 바이오매스 소싱: 구매자 가이드』는 국내 바이오차 및 CDR 기업들, 그리고 탄소 중립을 위해 해외 크레딧 구매를 검토 중인 국내 대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글로벌 탄소 시장이 ‘얼마나 많은 양을 격리할 것인가’라는 양적 팽창에 집중해 왔다면, 이번 가이드라인의 등장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윤리적으로 격리할 것인가’라는 질적 무결성(Integrity)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가 국내 시장에 주는 가장 첫 번째 교훈은 탄소 제거 공급망(Sourcing)의 ‘지속 가능성’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단순히 “산림·농업 폐기물을 수거해 바이오차를 만들어 탄소를 격리했다”는 포트폴리오만으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나 해외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로 탄소를 격리했더라도 원료가 되는 바이오매스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토양의 유기물 고갈, 식량 안보 위협, 지역사회 및 노동권 침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그 크레딧은 가치를 잃게 된다.

즉, 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지역 생태계와 토양에 미친 영향까지 데이터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그린워싱’으로 규정하고 퇴출하겠다는 엄격한 경고이기도 하다.

두 번째 교훈은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에 세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엔(UN)이나 각국 정부의 공식 인증 제도가 정립되기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스트라이프 같은 핵심 구매자들이 직접 지침을 제정한 것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탄소 시장의 가장 강력한 자금줄이자 규칙 제정자(Rule Maker)다. 이들이 “이 기준을 충족하는 크레딧만 사겠다”고 공표한 이상,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려는 국내 CDR 스타트업이나 해외 크레딧 투자를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는 국내 대기업들은 이 규칙을 비껴갈 수 없다. 정부의 규제 입법만을 기다리며 수동적으로 대처하다가는 글로벌 표준의 높은 진입장벽에 막혀 시장에서 고립될 위험이 크다.

특히 국내의 경우 원료 공급망이 협소해 해외 바이오매스 소싱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많은 만큼, 글로벌 시장의 바뀐 게임의 룰(Rule)을 빠르게 파악하고 계약서 작성 단계부터 무결성 가이드라인을 반영하는 선제적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

한국은 국토가 좁고 농업 부산물의 양이 제한적이라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원료를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현지의 토지 소유권 분쟁이나 노동 환경, 추적 가능성(Traceability)을 완벽히 입증하지 못하면 막대한 투자금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결국 계약서 작성 단계부터 이번 가이드라인의 기준을 반영해 원료의 출처와 이동 경로를 투명하게 추적하고, 토양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이 리스크를 방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스트라이프의 기후 연구 리드인 지크 하우스파더 박사의 말처럼, 올바른 바이오매스 소싱은 이제 CDR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 판돈(Table Stakes)’이다. 기술력을 자랑하기 전에 공급망의 무결성(Integrity)을 먼저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국내 CDR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신뢰받는 기후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우리 대기업들이 안전하게 탄소 중립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정립된 글로벌 스탠다드를 거울삼아 원료 수집부터 최종 격리까지 전 과정의 생태적·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질적 체질 개선에 당장 나서야 할 것이다.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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