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 평균 기온 ‘1.5도’ 5년내 넘길 확률 91%

(사진 설명 : AI 이미지)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최신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1.5도 기온 상승’에 대한 폭탄급 경고를 담았다. 인류에게 허락된 기후 마지노선은 이제 ‘경고’를 넘어 ‘시한폭탄의 카운트다운’으로 바뀌었다.

세계기상기구의 판단은 가혹했다. 향후 5년(2026~2030년) 이내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일시적으로나마 돌파할 확률이 무려 91%에 달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단일 연도를 넘어 5년 전체의 ‘평균 기온’ 자체가 1.5도를 넘어설 확률마저 75%로 치솟았다.

보고서의 주저자인 리언 허맨슨 박사는 “2026년 말 엘니뇨가 예견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당장 내년인 2027년이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구체적인 기한을 못 박았다. 지구의 냉장고인 북극의 겨울 기온은 전 지구 평균보다 3.5배나 빠른 속도(+2.8도)로 끓고 있으며, 전 지구적 탄소 흡수원인 아마존은 극심한 가뭄의 사정권에 들어섰다.

이미 유럽은 5월부터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휴교령으로 신음하고 있고, 한국 역시 예년보다 한 달이나 빠른 5월 중순에 첫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눈앞에 닥친 기후 부도, 지체되는 도시의 에너지 전환
지구촌 전역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우리 산업과 도시 인프라의 기후 시계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 서 있다. 수많은 기업과 지자체가 ‘탄소중립’과 ‘데이터센터 유치’를 외치지만, 막대한 전력을 집어삼키는 디지털 인프라에 대응할 재생에너지나 수열에너지 활용 방안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을 목표로 삼았음에도, 정작 현장에서 생활 밀착형 태양광 보급이나 건물 에너지 구조 전환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대한민국이 완수해야 할 2030년 국가 탄소 감축 목표(NDC, 2018년 대비 40% 감축)는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탄소를 과다 배출하고 에너지 구조 전환을 미루는 도시와 기업은 머지않아 글로벌 자본 시장과 무역 장벽 앞에서 스스로 ‘기후 부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얼마나 더 개발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자립형 에너지 구조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냉정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이 실행되어야 할 때다.

감축(Mitigation)을 넘어 적응(Adaptation)으로: 패러다임의 대전환
도시와 산업계가 전환을 지체하는 사이, 글로벌 기후 경제의 패러다임은 이미 다음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가 발표한 《잘 적응된 영국》 보고서는 우리에게 뼈아픈 이정표를 제시한다.

영국이 지난 20년간 탄소 배출량을 42%나 줄이는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이미 변해버린 물리적 환경에 대비하는 ‘기후 적응’ 투자를 소홀히 한 탓에 국가 시스템 전체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성찰이다.

기후 리스크는 단일 부서의 환경 의제가 아니다. 폭염과 가뭄으로 전력망이 과부하되면 디지털 통신망이 마비되고, 이는 물류 마비와 공공 의료 시스템의 붕괴, 나아가 국가 안보 위기로 이어진다. 위험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구조다.

따라서 이제는 ‘탄소를 어떻게 덜 배출할 것인가(감축)’에 대한 논의와 동시에, ‘이미 바뀐 기후의 충격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적응)’에 대한 과감한 사회적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홍수 방어 시설을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공공 냉방 및 수자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매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 적응에 투입되는 재정은 매몰되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천문학적인 재난 복구 비용과 경제적 손실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가장 확실하고 경제적인 미래 보험’이다.

시장과 금융의 힘으로 기후 방파제를 세워야 한다
기후 위기는 이제 환경 운동가들의 구호가 아닌, 국가 자산 관리이자 가장 치열한 국제 경제 통상 시나리오다. 글로벌 투자 자본은 이미 기후 리스크 관리 능력이 없는 국가와 기업의 자산을 가차 없이 회수하고 있다. 법제화와 정책의 속도가 기후 변화보다 느리다면, 이제는 시장과 금융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한국탄소은행을 필두로 한 탄소 금융 리더십은 탄소 배출권의 엄격한 가격 책정을 통해 배출을 억제하는 경제적 강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 나아가, 탄소 감축 성과를 자산으로 유동화하고 기업과 도시가 ‘기후 적응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적응 자본(Adaptation Capital)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임기 내에 지구 기온의 운명을 가를 1.5도 방어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WMO의 경고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떻게 덜 배출하고, 어떻게 변한 기후에 살아남을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경제 주체는 다가올 체제에서 가장 먼저 도태될 것이다.

지금 즉시 ‘기후 회복탄력성’을 위한 자본 저축에 착수해야 한다. 시간은 인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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