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탄소배출권(EUA) 가격 14만 원선 돌파

(사진 설명 : AI 이미지 컷)
유럽 탄소배출권(EUA) 가격이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와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 여파로 지난 2월 이후 약 석 달 만에 다시 80유로 선(한화 약 14만원)을 넘어섰다. 현지 시간 5월 28일 탄소와 관련된 외신에 따르면, 2026년 12월 인도분 EUA 선물 가격이 장중 80유로를 돌파했다.
이번 상승세는 미국과 이란 간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를 둘러싼 밀당이 이어지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 벤치마크가 급등락한 것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통상 유럽 전력 시장에서는 가스 가격이 불안해지면 이산화탄소 배출 집약도가 높은 석탄 발전의 경제성이 일시적으로 개선돼, 발전사들이 향후 늘어날 배출 수요에 대비해 EUA를 선제적으로 매수하는 ‘에너지-탄소 가격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에 더해 오는 7월 정상회담에서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 이후 분리되었던 영국의 탄소시장(ETS)이 전격 상호 연계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영국 탄소배출권(UKA) 가격이 하루 만에 6% 급등했고, 이 거대한 유동성 통합 기대감은 유럽 EUA 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굳건히 지지하며 강력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반면 폴란드, 체코 등 동·남유럽 6개국은 고물가와 산업계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시장안정화예비분(MSR) 물량을 강제로 방출해 배출권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서한을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하는 등, 7월로 예정된 EU ETS 현대화 중간 검토를 앞두고 기후 야심과 현실적 경제적 충격 사이의 내부 진통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글로벌 탄소 시장의 격동은 당장 장내외 시장이 폐쇄적이고 유동성이 부족한 한국 탄소시장(K-ETS)의 가격에 즉각적인 변동을 주진 않겠지만, 철강·알루미늄 등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인증서 구매 비용 상승이라는 실질적인 대외 리스크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결국 유럽 EUA의 80유로 안착 시도는 탄소 가격이 단순한 규제 비용을 넘어 유가나 환율처럼 지정학적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거시경제의 핵심 지표가 되었음을 증명하며, 우리 수출 기업들과 자산운용사들에게도 글로벌 탄소 자산 관리 역량 강화와 공급망 탈탄소화 구조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명확한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한국탄소신문=이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