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아닌 바이오차, ‘표준 가이드라인’으로 현장 장벽 넘는다

(사진 설명 : AI 이미지. 장갑을 낀 연구원이 감자 묘목 주변 토양에 바이오차를 직접 시비하며 수분 보유력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
기후위기 대응과 토양 개선의 핵심 카드로 주목받는 ‘바이오차(Biochar)’가 현장 중심의 정밀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웨덴 농업과학대학교(SLU) 바이오시스템 및 기술 학과의 새 도센트(Docent·부교수급)이자 농업과학자인 헬레네 라르손 옌손(Helene Larsson Jönsson) 박사는 최근 대학 공식 채널을 통해 바이오차의 농업적 활용을 대중화하기 위한 ‘실용 가이드라인’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바이오차를 둘러싼 지나친 일반화를 경계하고, 실제 농민들이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보편적 권장 사항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 “원료·작물 따라 효과 천차만별… 현장선 복잡한 방정식”
바이오차는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목재 부산물, 농업 폐기물, 혹은 하수처리장의 하수 슬러지 등 바이오마스를 열분해하여 만든다. 토양 개선, 수분 보유력 증대, 인(Phosphorus) 공급 등 장점이 뚜렷하지만, 모든 작물의 수확량을 무조건 올리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옌손 박사는 “농업에서 바이오차를 쓰는 것은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현재 사회적으로 바이오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그 효과가 너무 단순하게 전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녀는 “나무로 만들었는지, 하수 슬러지나 퇴비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바이오차의 성질은 완전히 다르며, 작물들 역시 바이오차에 제각각으로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작물과 바이오차 종류를 일일이 매칭하는 복잡한 방식은 현장에서 쓸 수 없다”며, “농민들에게 유용하려면 다양한 작물을 대상으로 장기간 연구를 진행해, 누구나 쉽게 따를 수 있는 ‘보편적인 실제 지침(General advice)’을 정립해야 한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 ‘물먹는 하마’ 감자로 현장 시험… “가장 흥미로운 작물”
연구팀이 특히 주목하는 시험 작물은 ‘감자’다. 감자는 생육 과정에서 물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바이오차의 핵심 장점인 ‘토양 수분 보유력’ 향상 효과를 가장 크게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물이다.
감자는 옌손 박사가 가장 애정을 갖는 작물이기도 하다. 그녀는 “감자는 전분이나 외형 등 평가할 수 있는 품질 매개변수가 매우 다양하고, 이 중 상당수가 시비(비료 주기) 조건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연구자로서 다루기 매우 흥미로운 작물”이라고 덧붙였다.

■ 농가 보급 걸림돌 ‘높은 가격’, 탄소 배출권으로 푼다
현재 바이오차가 가진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은 농민들이 대규모로 구입해 쓰기에는 ‘몸값’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옌손 박사는 ‘탄소 배출권(Carbon Credits)’을 명쾌한 돌파구로 제시했다.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 변동 상쇄(Climate compensation) 차원에서 바이오차 구매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모델이다. 바이오차를 토양에 뿌리면 탄소가 반영구적으로 격리되므로, 기업은 안정적인 탄소 저장 인증을 얻고, 농민은 비용 부담 없이 바이오차를 무상으로 확보해 토양을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상생 구조다.
■ 하수 슬러지의 자원화, 순환 농업의 최종 관문
옌손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으로 ‘하수 처리장 슬러지(찌꺼기) 바이오차’의 안전성 검증을 꼽았다. 폐기물로 버려지던 하수 슬러지를 바이오차로 안전하게 전환할 수 있다면, 화합 비료의존도를 낮추는 핵심 성분인 ‘인’을 토양으로 다시 되돌릴 수 있다. 이는 자원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경제 모델로서 사회 전체에 거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SLU에서 박사과정 주임교수이자 농업·농촌 관리 프로그램 디렉터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옌손 박사는 대학의 핵심 본질인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녀는 “학생들이 없다면 대학도 존재할 수 없다”며, “향후 녹색 산업(Green industries)을 이끌어갈 수많은 인재를 키워내는 일과 이번 연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앞당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