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진, 자연확장 숲이 2차림보다 5.4% 더 많은 탄소 흡수
심는 숲보다 돌아오는 숲이 더 강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흡수 전략으로 조림(造林) 사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자연적으로 확장된 숲이 기존 2차림(Secondary Forest)보다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국제 탄소시장과 산림정책 분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Nature Geo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열대 습윤지역에서 자연적으로 확장된 숲(Natural Forest Expansion)은 지상부 기준 약 795±132 TgC(기가톤 탄소)를 저장해 754±105 TgC를 저장한 2차림보다 약 5.4%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위성영상과 우주기반 LiDAR(라이다) 자료를 활용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열대 습윤림 지역의 산림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연확장 숲은 단순히 면적이 넓은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탄소저장량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숲은 심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조림(Afforestation)과 재조림(Reforestation)을 중심으로 산림탄소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자연복원(Natural Regeneration)의 가치가 과소평가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자연확장 숲이 오래된 원시림의 훼손과 산림파괴로 발생한 탄소배출량 일부를 상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적절한 보호와 관리가 이루어질 경우 상당한 기후완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연확장 숲은 기존 숲 경계 밖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형성되기 때문에 인위적 식재 비용이 적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장점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탄소시장의 새로운 자산으로 부상
이번 연구는 단순한 산림생태학 연구를 넘어 자발적 탄소시장(VCM)과 자연기반해법(NbS)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탄소시장은 나무를 새로 심는 조림사업뿐 아니라 산림보전(REDD+), 자연복원, 토양탄소 등 다양한 자연기반 탄소흡수원을 새로운 탄소자산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연확장 숲이 독립적인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게 되면 향후 탄소크레딧 발급 체계와 산림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산림에도 주는 시사점
다만 이번 연구는 열대 습윤림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라는 점에서 결과를 국내 산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산림을 단순히 나무를 심는 공간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한 탄소흡수 전략”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최근 조림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자연복원과 산림생태계 회복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의 숲은 더 이상 목재 생산지에 머물지 않는다.
숲이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탄소를 저장하며, 스스로 생태계를 회복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탄소자산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미래 탄소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심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 숲을 유지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