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청구서 ‘경제 지도’로 읽기 시작한 글로벌 자본, IPCC 보고서 2023

(사진 설명 : AI 이미지)

“지구는 이미 1.1℃ 더워졌다.”

2023년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본은 이 문장을 통해 기후위기의 현재 위치를 명확히 규정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과 산업계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기온 상승 수치가 아니었다. 시장은 이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의 무역 구조, 공급망 질서, 자산 가치, 에너지 투자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를 읽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기후 이슈는 환경 정책의 범위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 전략의 핵심 변수로 이동하고 있다. IPCC는 인간 활동이 “명백하게(unequivocally)” 지구온난화를 초래했다고 결론 내렸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와 산업 구조, 토지 이용 변화, 대량 소비 패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문장을 자본시장의 언어로 번역하면 의미는 분명해진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단순 생산량이 아니라 ‘탄소를 얼마나 적게 배출하는가’, 그리고 ‘배출된 탄소를 얼마나 관리·제거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글로벌 규제 체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CBAM)을 추진 중인 European Union은 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 탄소집약 산업의 배출량을 사실상 무역 비용으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탄소배출량은 이제 ESG 보고서 속 숫자가 아니라 수출 가격과 시장 접근성을 좌우하는 실질적 비용 변수로 전환되고 있다.

IPCC 보고서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현재 각국의 정책 수준만으로는 기후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현재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준이 유지될 경우 금세기 말 지구 평균온도가 약 2.8℃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 환경 문제가 아니다.

2℃를 넘어서는 기후 시나리오는 농업 생산성 저하, 식량 가격 변동성 확대, 초대형 산불과 홍수 증가, 보험 리스크 확대, 인프라 손실 증가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기후 리스크를 장기 재무 리스크로 분류하기 시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 글로벌 투자 흐름 역시 변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탄소제거(CDR), 기후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고탄소 산업에 대한 투자 압박은 점차 커지고 있다. 기후정책이 강화될수록 탄소집약 자산은 ‘좌초자산(Stranded Asset)’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시장이 주목하는 영역은 산림과 토양 기반 탄소흡수원이다.

IPCC는 토지와 생태계가 기후 대응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산림탄소, 자연기반해법(NbS), 바이오차(Biochar)와 같은 분야가 새로운 탄소경제 자산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를 고온 열분해해 만든 탄소 물질로, 탄소를 장기간 토양에 저장할 수 있는 대표적 탄소제거 기술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산림 역시 단순 목재 생산 자원을 넘어 탄소흡수 기능 자체가 경제적 가치로 재평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수출 제조업 중심 구조를 가진 한국은 CBAM과 글로벌 공급망 탄소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산림 비율이 높은 국내 지역경제는 향후 산림탄소·바이오차·탄소흡수원 기반 사업을 통해 새로운 탄소경제 모델을 구축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IPCC 보고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현실을 지적한다. 기후위기의 피해는 가장 적게 배출한 국가와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Loss & Damage(손실과 피해)’ 기후보상 논의와 기후금융 확대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IPCC 보고서는 단순한 환경 보고서가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어떤 자산이 가치 재평가를 받으며, 어떤 국가가 새로운 규제 질서 속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지를 보여주는 글로벌 경제 전환 보고서에 가깝다. 그리고 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그 변화의 방향을 반영하기 시작했다.(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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