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시장 3만원 시대 눈앞, 공급 과잉에서 공급 부족 시대로 전환되나

(사진 설명 : AI 이미지)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이 올해 들어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근 배출권(KAU25) 가격은 장중 2만 9,700원까지 상승하며 3만 원 선에 근접했으나, 6월 10일 종가는 2만 6,450원으로 조정을 받았다.
한국거래소(KRX) 배출권시장 일일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 KAU25 거래량은 34만 9,717톤, 종가는 전일 대비 1,750원 하락한 2만 6,450원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거래량이 형성되며 시장 참여자들의 높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주목되는 대은 최근 진행된 유상할당 경매 결과다.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6월 10일 실시된 KAU25 경매에서는 120만 톤 모집에 총 221만 2,800톤의 응찰이 몰리며 약 1.8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최고 응찰가격은 톤당 3만 3,8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현재 장내 거래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도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출권 가격 상승은 단순한 투기적 움직임보다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진입에 따른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부터 새로운 계획기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기업들은 향후 배출권 수급 상황을 보다 보수적으로 바라보며 부족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물량 확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발전사와 제조업체 등 할당대상업체의 매수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잉여 배출권을 보유한 일부 기업은 향후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매도 타이밍을 늦추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매도 잠김 현상은 시장 내 유동성을 감소시키고 가격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가격 수준을 해외 주요 탄소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배출권 가격이 2만~3만 원대 박스권에 형성된 반면, 유럽연합 배출권시장(EU ETS)은 장기간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어 왔다.
따라서 최근의 국내 상승세만으로 산업계 전반에 즉각적인 경영 충격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가격의 절대적인 급등 자체보다 배출권이 점차 ‘희소한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공급 과잉 논란 속에서 장기간 약세를 면치 못했던 배출권이, 제4차 계획기간 개막과 함께 기업 경영의 필수 확보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배출권 가격의 현실화는 시장 기능 회복의 신호로 평가된다. 배출권 가격은 기업의 감축 비용과 투자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탄소가격(Carbon Pricing) 지표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기업의 감축 투자 동력이 약화되지만, 적정 수준의 가격 형성은 산업계의 저탄소 전환과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산림탄소흡수원, 바이오차(Biochar), 목재 탄소저장, 농업 탄소감축 사업 등 자연기반 해법(NbS) 분야 사업이 장기적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차익 실현 및 시장 피로감에 따른 가격 조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지만, 제4차 계획기간의 실제 수급 데이터가 누적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의 장기적인 관심은 단순히 ‘장중 3만 원 돌파 여부’라는 상징적 수치를 넘어, 향후 국내 배출권 시장이 고질적인 공급 과잉을 탈피하고 본격적인 공급 부족 국면으로 진입할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유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