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산력’도 자산이 되는 시대, 탄소배출권 시장 모델 따르나

(사진 설명 : AI 이미지)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센터 연산 능력이 원유와 금, 전력에 이어 새로운 거래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Group)가 AI 시장조사업체 실리콘데이터(Silicon Data)와 협력해 GPU(그래픽처리장치) 사용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계약 출시를 추진하면서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양사는 엔비디아 H100 등 고성능 AI 반도체의 임대 가격을 기반으로 한 선물상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급등하는 AI 연산 비용과 데이터센터 운영비, 클라우드 사용료에 대한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수억 원에 달하는 AI용 GPU를 직접 구매하기보다 클라우드 사업자나 전문 서비스 기업으로부터 임대해 사용한다. 그러나 생성형 AI 확산과 초거대 모델 개발 경쟁이 심화되면서 GPU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지역과 공급업체에 따라 가격 편차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실리콘데이터는 이러한 시장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AI 칩의 시간당 임대 가격을 종합한 ‘일일 GPU 벤치마크 지수(Daily GPU Benchmark Index)’를 개발했다. CME가 추진하는 선물상품은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테리 더피(Terry Duffy) CME 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팅 파워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이며 21세기의 새로운 석유(New Oil)로 부상하고 있다”며 “컴퓨팅 자원은 이제 독립적인 자산군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반응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즈(ProShares)와 렉스 셰어즈(Rex Shares)는 GPU 컴퓨팅 선물과 연계한 레버리지·인버스 ETF 출시를 위한 관련 서류를 미국 규제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경우 AI 연산 능력을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 시장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초기 탄소배출권 시장의 형성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탄소배출권이 환경규제를 통해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했다면, AI 컴퓨팅 선물은 GPU 부족과 전력 제약 등 현실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발생한 ‘연산 능력 사용 권리’를 금융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AI 산업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향후 탄소시장과의 연계 가능성도 주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향후 수년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확보와 탄소배출권 구매를 확대하고 있다. AI 연산 능력이 하나의 거래 자산으로 정착할 경우 향후에는 컴퓨팅 비용과 전력가격, 탄소가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새로운 시장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이 ‘환경의 희소성’을 금융화한 시장이라면, GPU 선물은 ‘디지털 연산 능력의 희소성’을 금융화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의 탄소자산에 이어 AI 시대의 컴퓨팅 자산이 새로운 글로벌 거래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는 분석이다.

한편 CNBC는 “수십 년 동안 기업들은 원유와 농산물, 금속 가격 변동 위험을 선물시장을 통해 관리해 왔다”며 “이제 AI 산업 역시 같은 금융 메커니즘을 활용해 연산 능력이라는 새로운 자산을 거래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한국탄소신문/이정미 기자)
CNBC 영상 링크 :  https://youtu.be/e-gcm9bL1Vk?t=3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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