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탄소관세 유출 본격화, 반년 만에 8천만 달러 돌파

(사진 설명 : AI 이미지, 미국 Niskanen Center Calculator 인용(c))

미 비영리 씽크탱크 니스카넨 센터 실시간 추산 결과… 철강·비료 규제 노출 압도적
국내 자국 내 탄소가격제 부재로 기회비용 상실, 한국 탄소시장 인프라 고도화에 시사점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미국 중화학 공업계로부터 징수하기 시작한 탄소 관세가 결국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먼저 확보할 수 있었던 세수 기회를 가로채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의회가 연방 차원의 탄소가격제 도입을 미루고 주저하는 사이, 미국 수출기업들이 지불해야 하는 막대한 탄소 비용이 유럽으로 고스란히 유출되며 고스란히 미국의 기회비용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니스카넨 센터(Niskanen Center)가 전개하는 ‘미국 CBAM 노출 계산기(U.S. CBAM Exposure Calculator)’의 2026년 6월 20일 현재 실시간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발효된 이후 불과 반년 만에 미국 기업들이 유럽에 납부해야 할 잠정 탄소 관세 누적액은 이미 8,180만 달러(한화 약 1,130억 원)를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품목별 비용 노출 현황을 살펴보면 철강(Iron & Steel) 분야의 부담이 가장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비료(Fertilizers) 산업이 그 뒤를 이어 규제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설명 : 미 니스카넨 센터 ‘U.S. CBAM Exposure Calculator’ 실시간 시뮬레이션 2026년 1월 CBAM 시행 이후 6월 20일 현재까지 미국의 누적 탄소 비용 노출액(CBAM Exposure by Year)은 8,180만 달러($81.8M)를 기록 중이다. 우측의 섹터별 노출 차트(YTD CBAM Exposure by Sector)에 나타나듯 철강(Iron & Steel)의 비용 부담 막대가 가장 길어 피해가 집중되고 있으며, 비료(Fertilizers)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점선으로 표시된 과거 평균 기반의 예측치(projected exposure)보다 실제 확정 배출 비용(confirmed exposure) 추이가 다소 낮게 출발했으나, 향후 유상할당 확대와 규제 단계 강화에 따라 누적 비용(Cumulative CBAM cost) 곡선이 가파른 우상향을 그리며 급증할 것임을 시각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출처: Niskanen Center U.S. CBAM Exposure Calculator))

이러한 비용 청구서는 향후 시간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6년 1분기 확정된 EU CBAM 인증서의 공식 가격은 이산화탄소 상당량(tCO₂e) 1톤당 74.36유로(미화 약 86.47달러) 수준이지만, EU는 자국 내 무상할당 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동시에 실제 배출량을 보고하지 않는 수입 기업에 대한 패널티 성격의 할증률(Mark-up)을 올해 10%에서 2028년 3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니스카넨 센터는 현재의 무역 규모와 규제 일정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미국 수출기업의 누적 부담액이 오는 2028년 한 해에만 2억 7,100만 달러로 치솟으며, 제도 시행 후 3년간 누적 청구서가 총 7억 5,200만 달러(한화 약 1조 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규제 도입에 따른 미국 산업계의 이탈 조짐은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초 유로스탯(Eurostat) 무역 데이터의 첫 두 달간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대(對)EU 철강 수출량은 과거 4개년 평균 대비 무려 85% 급감했으며 알루미늄 역시 6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 수출기업들이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급격히 조정했거나 유럽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음을 시사하는데, 전문가들은 두 경우 모두 미국 경제에 막대한 실질적 손실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공급망과 자국 세수를 보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연방 차원의 탄소가격제를 전격 도입하는 방안으로, 미국 생산자가 자국 내에서 정당한 탄소 비용을 지불하면 EU CBAM 규정에 따라 유럽 통관 시 해당 금액만큼 감면받을 수 있어 브뤼셀로 향할 세수를 워싱턴 미 재무부에 귀속시킬 수 있다.

둘째는 의회가 신뢰성 있는 제품 단위 탄소 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회계 표준을 제정하여 국가가 이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패널티 성격의 보수적 ‘기본값’ 대신 실제 저감된 저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제출해 관세 부담 자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뒷받침하는 방안이다.

이번 미국의 CBAM 비용 노출 현황은 한국 탄소시장과 수출 주력 산업계에도 엄중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이미 전국 단위 배출권거래제(K-ETS)를 운영하고 있어 향후 EU와의 탄소가격 상계 관세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으나, EU가 원산지에서 ‘실제 효과적으로 지불된 탄소 가격’의 구체적 인정 범위를 두고 여전히 세부 이행 법안을 조율 중인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특히 제3자 검증이 완료된 실제 배출량 데이터를 완벽히 제출하지 못할 경우 국내 기업들 또한 징벌적 할증률이 포함된 유럽발 ‘탄소 청구서’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우리 정부와 산업계 역시 공급망 전체의 탄소 MRV 인프라를 빠르게 고도화하고 탄소 자산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만 유럽 시장 내 주도권을 수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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