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ABC] 회피에서 제거까지 핵심 메커니즘 총정리

(사진 설명 : AI 이미지)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시장 기반 메커니즘이 고도화되면서,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의 핵심 메커니즘과 유형별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기업들의 필수 과제다. 현재 탄소 프로젝트는 대기 중으로 배출될 온실가스를 줄이는지, 혹은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집하는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감축·회피(Avoidance)’ 프로젝트로, 대기 중으로 배출되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을 방지하거나 줄이는 방식이다. 둘째는 ‘제거(Removal)’ 프로젝트로, 대기 중에 이미 존재하는 이산화탄소 및 기타 온실가스를 직접 추출하여 격리하는 방식이다.

자산으로서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는 크게 자연 기반 솔루션(NBS)과 이산화탄소 제거(CDR) 기술, 그리고 기타 보완적 프로젝트로 나뉜다. 먼저 자연 기반 솔루션은 자연의 메커니즘을 활용해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방식이다. 초기 비용이 저렴하고 생태계 및 생물 다양성 보존 등의 부가 이익(Co-benefits)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 기반 프로젝트에 비해 탄소 저장의 영속성(Durability)이 낮다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새로운 지역에 나무를 심거나 황폐해진 산림을 복원하는 신규 조림 및 재조림(ARR)과, 유엔(UN)의 지원을 바탕으로 산림 벌채와 황폐화를 막아 탄소 배출을 회피하는 개도국 산림 파괴 방지(REDD+)가 있다.

이외에도 피복 작물 재배나 무경운 농법 등을 통해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을 높이는 재생 농업, 기존 산림의 벌채 주기를 연장하거나 강도를 줄여 탄소 저장 용량을 최적화하는 개선된 산림 경영(IFM), 그리고 맹그로브 숲 복원 등 해양·연안 생태계를 활용해 대량의 탄소를 보다 영속적으로 저장하고 해안 침식을 방지하는 블루 카본 등이 이에 속한다. 특히 IFM의 경우 자연재해나 경영 방식 변경으로 인한 가역성, 즉 탄소가 다시 재배출될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반면 기술 기반의 이산화탄소 제거(CDR) 프로젝트는 대기 중 온실가스를 직접 제거하는 방식으로 주로 고급 기술이 활용된다. 비용이 많이 들고 초기 투자 리스크가 따르지만, 탄소 저장의 영속성이 매우 높다는 강력한 차별점을 가진다.

최근 고품질 크레딧으로 주목받는 바이오차(Biochar)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산림 폐기물 등의 바이오매스를 고온 열분해하여 탄소가 풍부한 물질을 만드는 기술로, 탄소를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안정적으로 가둬둘 수 있다.

대형 팬으로 공기를 흡수해 필터로 이산화탄소만 물리적으로 결합·분리한 뒤 격리하거나 재사용하는 직접 공기 포집(DAC/DACC) 기술은 이미 배출된 가스를 대규모로 제거할 수 있어 가치가 높지만 대규모 상용화를 위한 추가 개발이 요구된다.

아울러 미세하게 부순 암석 가루를 농경지에 뿌려 빗물과 반응할 때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해 토양에 저장하는 교화석 풍화 촉진(ERW), 에너지를 얻기 위해 바이오매스를 연소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하여 지하 지층에 저장하는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 및 저장(BECCS) 등도 뛰어난 영속성과 대규모 확장성을 강점으로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보완적 프로젝트들이 존재한다. 풍력, 수력, 태양광 등을 통해 화석연료 사용을 회피하고 개도국 기술 교육과 대기 질 개선 등의 부가 이익을 창출하는 재생 에너지 사업, 매립지 탄소 포집이나 쇠고기 분뇨의 혐기성 소화 기술을 통해 메탄 배출 및 악취·질병을 줄이는 폐기물 관리, 개도국에 고효율 조리용 화덕이나 정수 필터를 보급하여 땔감 사용을 줄이고 주민 건강을 개선하는 가정용 기기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통적인 벼농사 시 논에 물을 계속 채워두는 대신 주기적으로 말려 메탄 생성을 20~50% 줄이는 논물 관리(AWD, 간헐적 관개) 기법은 물을 30~40% 절약하고 농가 소득을 높여주며 리스크가 적어 인기가 높다. 다만 재생 에너지, 폐기물 관리, 가정용 기기 프로젝트 등은 실제로 해당 사업이 없었더라도 탄소 감축이 이루어졌을지 여부를 따지는 ‘추가성(Additionality)’ 논란을 겪기도 하므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탄소 크레딧의 가치와 가격은 프로젝트의 유형, 영속성, 그리고 리스크에 따라 크게 요동친다. ARR 같은 자연 기반 솔루션은 초기 비용이 낮아 크레딧 가격이 저렴한 편인 반면, DAC 같은 기술 기반 프로젝트는 영속성이 높고 기술 비용이 많이 들어 프리미엄 가격에 거래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또한 구매자가 계약한 크레딧을 실제로 인도받지 못할 확률을 뜻하는 ‘인도 리스크(Delivery Risk)’가 높은 프로젝트일수록 크레딧 가격은 낮게 책정된다. 최근에는 글로벌 독립 기관들의 평가 결과가 가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평가 등급이 높은 프로젝트일수록 시장에서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탄소 투자를 위해 자연 기반 솔루션(NBS)과 기술 기반 제거(CDR)를 경쟁 관계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가장 전략적인 기업들은 두 방식을 혼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즉각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내고 부가 가치가 높은 자연 기반 솔루션을 대규모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신생 CDR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이러한 선제적 투자가 뒷받침되어야만 기술 기반 솔루션이 고도화되는 2030년대와 2040년대에 탄소 감축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업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각 프로젝트의 메커니즘을 면밀히 분석하여 영리한 탄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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