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차, 세계 영구 탄소제거 크레딧 90% 차지 탄소시장 새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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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시장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머물렀던 기후 대응이 이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탄소제거(Carbon Dioxide Removal·CDR)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바이오차(Biochar)가 세계 탄소시장의 새로운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전 세계에서 거래된 영구 탄소제거(Durable Carbon Removal) 크레딧의 90% 이상이 바이오차를 통해 공급됐다. 직접공기포집(DAC), 광물화(Mineralization), 해양 탄소제거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고 상용화된 기술은 바이오차였다. 토양개량재로 알려졌던 바이오차가 이제는 탄소를 제거하는 대표 기술이자 새로운 기후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 바이오차 산업을 대표하는 민간단체인 미국바이오차연구소(American Biochar Institute·ABI)가 발표한 ‘2025 미국 바이오차 산업 보고서(State of the U.S. Biochar Industry Report)’​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차 산업은 실증과 보급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바이오차 생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업조사와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국제바이오차이니셔티브(IBI) 등의 자료를 반영한 미국 바이오차 산업의 대표적인 시장조사 보고서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규모 2년 만에 3배… 상업화 시대 활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차 산업 규모는 2023년 5,200만 달러에서 2025년 1억5,700만 달러로 약 3배 성장했다. 현재의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2027년에는 4억4,179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 기반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5년 미국의 연간 바이오차 생산량은 9만7,000톤을 넘어섰고, 생산능력은 연간 40만톤 이상으로 증가했다. 미국 전역에는 130개 이상의 생산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바이오차 산업은 농업과 임업을 넘어 제조업과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개발 등으로 산업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생산기업들의 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총매출은 2023년 1,820만 달러에서 2025년 5,883만 달러로 세 배 이상 증가했으며, 2027년에는 1억5,9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매출 1,000만~5,000만 달러 규모 기업들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바이오차 산업이 연구개발 중심의 초기 단계를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7년 생산량 81만9천 톤 전망… 미래 수요 선점 경쟁 본격화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생산 확대 전망이다.

ABI는 현재 발표된 신규 투자와 생산시설이 계획대로 가동될 경우 미국 바이오차 생산량이 2025년 추정치인 15만1,000톤에서 2027년에는 81만9,000톤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2년 만에 생산량이 5배 이상 확대되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생산 확대 계획이 아니라 탄소제거 시장의 미래 수요를 기업들이 확신하고 있다는 의미다. 바이오차 산업은 이미 미래 탄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경쟁에 들어섰으며,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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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차가 세계 탄소제거 시장을 이끄는 이유

바이오차가 세계 탄소제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경제성과 상용화 수준에 있다.

직접공기포집(DAC) 등 일부 탄소제거 기술은 막대한 설비 투자와 에너지 비용이 필요한 반면, 바이오차는 농업 부산물과 임업 잔재물 등 기존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상업용 생산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탄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 점도 국제 탄소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바이오차는 탄소를 저장하는 동시에 토양 구조를 개선하고 농업 부산물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순환경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탄소저장과 농업, 자원순환을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다른 탄소제거 기술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탄소크레딧이 산업 성장을 견인

미국 바이오차 산업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은 탄소크레딧 시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차 생산량 가운데 탄소제거 크레딧 수익이 전혀 없는 기업은 6%에 불과했다. 반면 전체 생산량의 42%는 매출의 11~20%를 탄소크레딧에서 얻고 있었으며, 25%는 71~80%, 12%는 31~40%, 6%는 90% 이상을 탄소크레딧 수익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바이오차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산업이 아니라 탄소를 제거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탄소자산(Carbon Asset)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빅테크가 탄소제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JP모건체이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바이오차 기반 탄소제거 크레딧 확보를 위해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고품질 크레딧 확보를 핵심 전략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 같은 장기 구매계약은 바이오차 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만들고 금융조달을 촉진해 생산시설 확대와 신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민간 수요가 시장을 키우고, 시장 확대가 다시 생산 증가를 이끄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성장의 핵심은 국제적 신뢰

급성장하는 시장일수록 객관적인 검증은 더욱 중요하다. ABI는 바이오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측정·보고·검증(MRV) 체계 강화와 국제 인증기준 충족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국제 탄소시장에서는 Verra의 ‘VM0044’ 방법론 등이 바이오차 탄소제거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검증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탄소시장은 탄소를 얼마나 제거했는지뿐 아니라, 그 성과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입증했는지가 시장 가치를 결정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도 ‘농업’에서 ‘탄소제거 산업’으로 시각을 넓혀야

미국 사례는 바이오차를 바라보는 정책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바이오차를 단순한 농업기술이 아니라 탄소제거 산업의 핵심 기술로 육성하며 민간투자와 탄소시장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함께 탄소제거 기술 확대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바이오차 정책이 농업 활용과 토양개량 중심에 머물러 있다.

세계는 이미 바이오차를 가장 현실적이고 상용화된 탄소제거 기술 가운데 하나로 선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연기반 솔루션(NbS)의 산업화와 탄소시장 연계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탄소제거 시장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 투자 확대가 요구된다.

탄소시장의 무게중심이 ‘배출 감축’에서 ‘탄소제거’로 이동하는 지금, 우리나라도 바이오차를 농업기술이 아닌 탄소제거 산업의 핵심 기술로 인식하고 탄소배출권 시장과 연계한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환경정책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탄소제거 기술은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새로운 산업과 투자,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차 산업은 그 가능성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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