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달구는 탄소가 가둔 열, 전 지구적 ‘열스트레스’

(사진 설명 : AI 이미지)

C3S·ECMWF, ERA5-HEAT 1950~2024년 장기 분석
밤이 낮보다 더 빨리 뜨거워진다… 열대야·복합 폭염 시대 본격화
열스트레스 계절 평균 15일 확대… 탄소 감축과 기후적응이 새로운 생존 전략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단순히 평균기온이 오르는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국제 연구는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 열환경’ 자체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으며, 폭염과 열대야, 장기간 지속되는 고온 현상이 새로운 기후의 일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아시아는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열스트레스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C3S)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최근 국제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연구에서 1950년부터 2024년까지의 ERA5-HEAT 재분석 자료를 활용해 전 세계 열환경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 풍속, 태양복사와 지표복사, 인체의 열 반응을 함께 고려하는 ​유니버설 열기후지수(UTCI)를 이용해 인간이 실제로 경험하는 열스트레스를 평가했다. UTCI는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생체기상 열스트레스 지수 가운데 하나로, 흔히 ‘체감온도’를 과학적으로 산정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더 자주, 더 강하게, 더 넓게… 열스트레스가 세계를 바꾸고 있다

연구 결과는 열스트레스가 단순히 더 강해지는 데 그치지 않고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 영향을 받는 지역까지 동시에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70년대와 최근 10년(2015~2024년)을 비교한 결과, 세계 곳곳에서 사람이 느끼는 체감 열환경은 뚜렷하게 악화됐다. 과거에는 일부 지역에서만 경험하던 강한 열스트레스가 이제는 더 많은 지역에서 더 오래 지속되고 있으며, 극심한 열스트레스가 발생하는 빈도 역시 모든 대륙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폭염을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노동환경, 산업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기후 위험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밤이 낮보다 더 빨리 뜨거워진다… 열대야가 새로운 일상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밤의 열환경이 낮보다 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더운 시기의 체감온도를 분석한 결과, 낮 시간대 상위 10일의 최고 체감온도는 10년마다 평균 0.27±0.05℃ 상승한 반면, 밤 시간대 상위 10일의 최저 체감온도는 0.32±0.05℃​씩 상승했다. 즉, 야간 체감 열환경의 악화 속도가 주간보다 더 가파르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따뜻한 밤이 인체의 회복 시간을 줄이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낮 동안 폭염에 노출된 인체는 밤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야 체온과 생리 기능을 회복할 수 있지만, 밤에도 더위가 지속되면 심혈관계와 호흡기계 질환, 정신건강 등에 미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레베카 에머턴 박사는 “야간 더위는 이제 폭염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으며, 따뜻한 밤은 인체가 낮 동안 받은 열 스트레스에서 회복할 기회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낮 폭염에 밤 열대야까지… ‘복합 열’이 건강을 위협한다

연구는 최근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기후 위험 가운데 하나로 복합 열(Compound Heat) 현상을 꼽았다. 복합 열은 낮 동안 강한 열스트레스가 발생한 뒤 밤에도 열대야가 이어지는 현상으로, 인체가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폭염에 노출되는 악순환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하루짜리 복합 열현상이 1970년대보다 73% 증가했으며, 15~30일 지속되는 장기 복합 열현상은 3.4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뿐 아니라 북미와 아프리카 등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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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의 계절은 점점 길어진다

폭염은 이제 한여름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북반구 외열대 지역에서는 중간 수준 열스트레스가 나타나는 기간이 평균 15일, ​강한 열스트레스는 12일, ​매우 강한 열스트레스는 9일, ​극심한 열스트레스는 6일 길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에는 여름철에 집중되던 열스트레스가 봄과 가을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유럽에서는 중간 수준 열스트레스가 과거 6월 초 시작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5월 중순부터 시작돼 거의 10월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최근 10년 동안 가장 짧았던 열스트레스 계절조차 1970년대 가장 길었던 기간보다 더 길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가장 많은 인구가 열위험에 노출된다

연구는 아시아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는 지역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인구 밀도가 매우 높아 기후변화에 따른 열스트레스 노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분석됐다.

또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지중해 지역 역시 매우 강한 열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혔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수년간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열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 적응 정책과 도시 열관리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한반도를 별도로 분석한 것은 아니며, 이러한 평가는 최근 국내 기후 경향을 함께 고려한 해석이다.

기후변화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열 노출 인구’

연구는 기후변화가 실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1970년대에는 세계 인구의 55%가 연간 90일 이상 강한 열스트레스를 경험했지만 최근에는 70%로 증가했다. 극심한 열스트레스를 하루 이상 경험하는 인구도 16%에서 22%로 확대됐으며, 이는 약 10억 명이 추가로 극심한 열위험에 노출됐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열스트레스 범주에서 인구 증가보다 기후변화에 따른 열환경 변화가 노출 증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탄소가 만든 새로운 열환경… 감축과 적응이 함께 가야 한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단순한 평균기온 상승이 아니라 인간이 실제로 경험하는 열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자주 발생하는 폭염, 쉽게 식지 않는 밤, 길어지는 열스트레스 계절, 그리고 늘어나는 노출 인구는 기후위기가 이미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신호다.

온실가스 증가는 장기적으로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변화시키며 이러한 열환경 변화의 배경이 되고 있다. 앞으로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미래의 열위험 규모는 달라질 수 있으며, 동시에 폭염 대응 인프라와 도시 녹지 확대,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 취약계층 보호 등 기후 적응 정책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폭염과 열대야는 더 이상 일시적인 이상기상이 아니다. 이번 연구는 탄소 감축과 기후 적응이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새로운 열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전략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

자료 :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C3S), 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ECMWF), Global heat stress intensification and its expanding footprint on the human population, Nature Climate Change(2026).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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