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첫 이행평가 분석…외부 검증 없는 평가체계 한계 드러나
2030 NDC 달성 위해 ‘사업 중심’에서 ‘감축성과 중심’ 평가로 전환해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의 핵심 주체인 지방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첫 공식 성과 검증대에 올랐다. 그러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자체 평가한 이행률과 실제 온실가스 감축성과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확인되면서, 현행 탄소중립 이행평가 체계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업 추진 여부를 중심으로 한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감축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기후정책 싱크탱크인 녹색전환연구소는 28일 이슈브리프 「기초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 제대로 이행되고 있나」를 발표하고,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65개 지자체의 2025년도 탄소중립 기본계획 이행점검 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수립된 제1차 기초지자체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한 첫 연차 이행평가라는 점에서 지방정부 탄소중립 정책의 실질적인 추진 수준을 확인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공식 이행률은 74.2%…실제 감축목표 달성은 중앙값 40.2%
분석 결과 65개 기초지자체가 자체 평가한 공식 이행률은 평균 74.2%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지방정부 4곳 가운데 3곳이 계획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25년 감축목표량과 실제 예상 감축효과를 비교한 결과는 달랐다.
실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률은 중앙값 기준 40.2%에 그쳤다. 이는 절반이 넘는 지자체가 첫해 감축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평균 달성률은 94.5%였지만 일부 지자체의 감축효과가 크게 반영되면서 평균값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소는 중앙값이 지방정부의 실제 이행 수준을 보다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첫 이행평가 자료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이번 분석은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65개 지자체 자료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나머지 지자체는 국가 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심의 이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일부는 공개 시점을 올해 11월까지 미뤘다. 한국환경공단의 종합 검토 결과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첫 법정 이행평가 결과조차 시민과 전문가가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현재의 정보공개 체계는 정책 신뢰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판정 근거 없는 ‘정상추진’…평가기준도 제각각
확보된 65개 지자체의 세부과제는 모두 3,964건이었다. 이 가운데 달성은 44.7%, 정상추진은 17.9%, 평가제외는 15.4%, 미달성은 15.1%, 지연은 4.7%로 집계됐다. 문제는 정상추진으로 분류된 708건 가운데 94.8%가 판정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판정 사유를 기록한 지자체는 65곳 가운데 3곳뿐이었다. 또한 평가제외 적용 비율도 지자체마다 큰 차이를 보였으며, 예산이 없거나 기재되지 않은 사업도 달성 또는 정상추진으로 분류된 사례가 확인됐다. 연구소는 현재 평가체계가 지자체의 자체 판단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동일한 기준으로 정책 성과를 비교·검증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핵심 감축 분야인 건물·수송, 목표 달성률 기대 이하
지방정부가 직접 정책을 추진하는 핵심 분야인 건물과 수송 부문에서도 감축성과는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건물 부문은 약 444만 톤의 감축목표에 비해 실제 예상 감축효과는 약 50만 톤으로 목표 대비 11.3% 수준에 머물렀다.
수송 부문 역시 약 194만 톤의 감축목표에 대해 약 68만 톤의 감축효과가 예상돼 목표 달성률은 35.2%로 집계됐다. 사업 추진 여부를 보여주는 성과지표는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실제 온실가스 감축량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예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감축 효율성
부문별 예산과 감축효과를 비교한 결과도 시사점을 남겼다. 수송 부문은 전체 예산의 35.9%인 약 3조8,993억 원이 투입됐지만 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 데 약 595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물 부문도 톤당 약 189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축산 부문은 톤당 약 17만 원, 태양광·지열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톤당 약 87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 효율성을 보였다. 이는 탄소중립 정책이 단순한 예산 확대보다 투자 분야별 감축 효과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2030 탄소중립 성공 열쇠는 ‘성과 중심 관리체계’
녹색전환연구소는 전국 지자체 이행평가 자료와 한국환경공단 종합 검토 결과를 공개하고, 정상추진과 평가제외 판정 기준을 구체화하는 한편 모든 사업에 감축목표와 예산 집행 결과, 판정 근거를 의무적으로 기록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은옥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 연구원은 “사업 추진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만으로는 지방정부의 실제 감축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며 “감축성과를 중심으로 평가체계를 개선하고 예산과 사업, 감축효과를 연계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최근 ‘지역사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실행 전략’에서 현행 이행점검 체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제2차 탄소중립기본계획부터 평가 기준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2030 NDC 달성까지 남은 시간은 4년 남짓이다. 앞으로 지방정부 탄소중립 정책의 성과는 사업을 얼마나 많이 추진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했는지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첫 이행평가는 지방정부 탄소중립 정책이 계획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