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떠난 나무, 목재되면 ‘제2의 탄소저장고’

(사진 설명 : 한 목재소에 원목을 제재해 목재로 가공해 놓았다.)

목재는 탄소를 저장하고 철강·콘크리트를 대체한다… 숲과 도시를 잇는 탄소순환경제의 핵심

‘나무를 베면 탄소흡수원이 사라진다.’ 기후변화 시대 가장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그러나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탄소중립 시대에는 숲이 흡수한 탄소를 얼마나 오래 저장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살아 있는 숲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는 대표적인 탄소흡수원이지만, 숲에서 자란 나무를 벌채했다고 해서 그 안에 저장된 탄소가 모두 대기로 방출되는 것은 아니다. 건축자재와 가구, 구조재 등으로 활용된 목재는 수십 년 동안 탄소를 품은 채 또 하나의 탄소저장고 역할을 한다. 숲은 끝나도 탄소는 남는 이유다.

미국 농무부(USDA)는 최근 공개한 ‘Carbon and Wood-based Bioenergy’ 자료를 통해 수확된 목재제품(Harvested Wood Products, HWP)이 사용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탄소를 저장하며, 장수명 목재제품의 확대가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료는 미국 산림청(USFS)의 기후변화 연구와 ‘Considering Forest and Grassland Carbon in Land Management(WO-GTR-95)’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숲뿐 아니라 목재까지 하나의 탄소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새로운 국제적 흐름을 보여준다.

산림학에서는 일반적으로 건조 목재 질량의 약 절반을 탄소로 본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이를 셀룰로오스와 리그닌 등 목질 성분으로 전환해 저장한다.

따라서 목재가 부패하거나 연소되지 않는 한 탄소 역시 목재 속에 그대로 남는다. 미국 농무부는 “수확된 목재제품은 사용되는 동안 계속 탄소를 저장한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숲의 탄소흡수량만 중요하게 평가했다면, 이제는 벌채 이후 목재제품이 사회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탄소를 저장하는지도 중요한 탄소관리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목재의 탄소 저장 효과는 제품의 수명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미국 농무부는 특히 ‘장수명 목재제품(Long-lived Wood Products)’을 확대하는 것이 탄소 저장 효과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한다.

(사진 설명 : 숲을 떠난 나무가 목재로 쓰이면 탄소가 저장된다. 나무로 지은 전통한옥)

건축물에 사용되는 구조용 목재는 일반적으로 50~100년 이상, 일부 건축물에서는 그보다 더 오랜 기간 탄소를 저장한다. 살아 있는 숲이 탄소를 흡수하는 공간이라면, 목조건축은 숲이 흡수한 탄소를 도시 속에서 장기간 보관하는 거대한 탄소저장고인 셈이다.

목재의 기후적 가치는 탄소 저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목재는 철강과 콘크리트처럼 생산 과정에서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건축자재를 대체할 수 있다. 미국 농무부가 소개한 연구에서는 동일한 단독주택을 목재와 철강, 콘크리트로 각각 건설했을 때 목조건축이 가장 낮은 내재에너지(Embodied Energy)를 기록했으며, 특히 철골 구조보다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목재는 숲에서 흡수한 탄소를 저장하는 동시에 제조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줄이는 이중의 기후효과를 제공한다.

이러한 효과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 함께 이루어질 때 더욱 커진다. 성숙한 나무를 벌채해 장수명 목재제품으로 활용하면 기존 탄소는 건축물과 목재제품 속에 저장되고, 벌채지에는 새로운 나무가 자라면서 다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숲은 새로운 탄소를 흡수하고, 목재는 기존 탄소를 저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제 탄소회계가 수확목제품(HWP)을 별도의 탄소 저장 부문으로 관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국 농무부는 목재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목질 바이오에너지(Wood-based Bioenergy)의 가능성도 함께 제시한다. USDA에 따르면 2015년 미국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5%가 바이오매스에서 공급됐으며, 이 가운데 약 3분의 2는 산림에서 나온 목질 바이오매스였다.

목질 바이오매스의 구성은 연료목(Fuelwood) 29%, 목재산업 및 펄프 공정 부산물 60%, 폐목재 10%로 나타났다. 또한 USDA가 인용한 연구는 2030년까지 산림 바이오매스 공급이 최대 175% 증가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증가분의 대부분은 연료목 활용 확대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산림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벌채 부산물도 중요한 탄소감축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가지와 줄기 등 기존에는 활용도가 낮았던 목질 자원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면 화석연료를 일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USDA(미국 농무부)가 소개한 연구에서는 벌채 부산물을 적극 활용할 경우 석탄화력발전에서 배출되는 탄소 약 1,760만 톤을 대체할 수 있으며, 이는 당시 전체 탄소배출량의 약 3%에 해당하는 규모로 분석됐다.

다만 미국 농무부는 목질 바이오에너지를 무조건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라고 보는 것은 과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벌채와 운송,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산림의 재생 속도, 대체되는 화석연료의 종류 등에 따라 실제 탄소효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질 바이오에너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연료 생산부터 이용, 산림 재생까지 포함하는 전 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를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USDA의 설명이다.

기후위기 시대 목재의 의미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목재를 단순한 건축자재나 임산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숲에서 흡수한 탄소를 사회 속에 수십 년 동안 저장하는 ‘제2의 탄소저장고’이자, 철강과 콘크리트를 대체해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까지 줄이는 탄소자산(Carbon Asset)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63%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탄소중립 시대에 매우 큰 잠재력이다. 앞으로는 국산 목재 이용 확대와 목조건축 활성화를 단순한 임업 정책이 아니라 탄소저장 능력을 높이는 국가 기후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산림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나무를 심었느냐보다, 숲이 흡수한 탄소를 얼마나 오래 사회 속에 저장하고, 철강과 시멘트 같은 고탄소 소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체하느냐에 의해 새롭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숲은 끝나도 탄소는 남는다. 그리고 그 탄소를 가장 오래 지키는 또 하나의 숲이 바로 목재다.(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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