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시대, 기존 도시 인프라의 탄소중립 전환이 답

(사진 설명 : 경기 군포시 대야지하차도 방음터널의 일체형 태양광발전소. 군포시(c))

군포시 ‘희망에코마을’이 보여준 도시 혁신… 에너지·환경·생활을 바꾸는 새로운 모델

기후위기가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 도시 열섬현상, 에너지 비용 증가가 일상이 되면서 도시는 더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는 공간에 머물 수 없게 됐다.

이제는 도로와 방음시설, 하수처리장, 공원 등 기존 도시 인프라에 재생에너지 생산과 자원순환, 기후적응 기능을 더하는 ‘도시 인프라의 탄소중립 전환’이 새로운 도시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가 2025년 11월 완료한 ‘경기 희망 에코마을 조성사업’은 기존 도시 기반시설을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생활환경을 개선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도시를 새로 짓지 않고 도시를 새롭게 활용하다 

희망 에코마을 조성사업은 신도시를 개발하거나 대규모 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방식이 아니다. 이미 조성된 도시시설을 활용해 에너지 생산과 환경 개선, 자원순환 기능을 결합한 도시 재설계 프로젝트다.

군포시는 2021년부터 삼성마을 일원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환경민원 해소와 재생에너지 확대, 시민 참여, RE100 연계 등을 목표로 도시 기반시설을 단계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경기도 공모사업과 민간투자를 통해 총 83억 원의 외부재원을 확보해 전체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충당함으로써 지방재정 부담을 줄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방음시설이 전기를 생산하는 도시 인프라로

가장 상징적인 사업은 대야지하차도 태양광 일체형 방음터널이다. 기존 방음시설에 태양광 발전 기능을 결합해 소음을 줄이는 동시에 친환경 전력을 생산하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화재 안전성을 강화한 방음판을 적용해 안전성과 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확보했다.

또 삼성지하차도에는 신규 방음터널을 설치해 오랫동안 제기됐던 교통소음 문제를 개선했다. 방음시설이 단순한 소음 저감 시설을 넘어 에너지 생산과 안전성을 함께 갖춘 복합 도시 인프라로 진화한 것이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탄소중립 시스템으로

희망 에코마을은 태양광 발전에만 머물지 않았다. 둘레길에는 태양광 가로등과 빗물저금통, 미세먼지 측정 퍼걸러 등을 설치해 시민들이 탄소중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했다.

부곡하수처리장에는 자외선(UV) 소독설비를 도입해 처리수를 도로 살수와 조경용수 등에 재활용하는 물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에너지와 물, 녹지, 생활환경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한 것이다.

연간 1,120톤 온실가스 감축… 도시 인프라도 탄소를 줄인다

군포시는 희망 에코마을 사업을 통해 연간 약 1,120톤의 이산화탄소(CO₂)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도시 인프라도 충분히 탄소감축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탄소중립은 발전소와 산업시설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도로와 방음시설, 하수처리장, 공원, 공공건축물 등 기존 도시시설도 중요한 탄소감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도시 경쟁력은 ‘새로운 건설’이 아니라 ‘현명한 전환’

기후재난 시대의 도시는 더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다. 방음시설은 발전시설이 되고, 하수처리장은 물순환 시설이 되며, 생활권 녹지는 도시의 열을 낮추는 기후적응 인프라가 된다. 하나의 시설에 여러 기능을 결합하는 방식은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탄소배출을 줄이고 시민 삶의 질까지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국제사회가 강조하는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과도 맞닿아 있다. 자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도시숲과 물순환 체계, 재생에너지 기반시설을 함께 구축하는 것은 기후적응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실현하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군포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

군포시의 희망 에코마을은 이미 완료된 사업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지금 더욱 커지고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오늘날 도시정책은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존 도시 인프라에 새로운 기능을 더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자원을 순환시키며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그것이 기후재난 시대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도시를 새로 만드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기존 도시를 탄소중립 도시로 전환하는 시대다. 군포시가 보여준 변화는 대한민국 도시정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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