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초지 탄소저장고로 농업 탄소흡수량 국가 통계 포함

(사진 설명 : 과수원과 초지. AI 이미지)

농촌진흥청, 사과·감귤 바이오매스와 초지 토양 국가 고유계수 개발
사과 17만2천톤·감귤 18만9천톤 탄소 저장 추정… 초지 CO₂ 흡수량 기존 방식보다 3.4% 증가
농업도 ‘배출원’ 넘어 ‘흡수원’으로… 탄소중립 농업정책의 과학적 기반 확대

농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이라는 기존 인식을 넘어,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저장고’로서의 가치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사과·감귤 과수원의 나무가 저장하는 탄소량을 계산하고, 초지 토양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까지 국가 온실가스 통계에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농업 분야 탄소중립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관련 연구진은 국내 농업환경을 반영한 탄소흡수·저장량 산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획일적인 기본계수 대신 우리나라의 작물과 토양, 재배환경을 직접 조사해 만든 ‘국가 고유계수’를 적용함으로써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사과·감귤나무도 탄소 저장… 전국 단위 저장량 첫 구체화

과수 분야에서는 사과와 감귤나무의 바이오매스와 탄소 저장 능력을 산정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진은 표준목을 선정해 뿌리를 포함한 나무 전체를 직접 측정하고, 수령별 과수원 조사와 탄소축적량 산정 등을 거쳐 국가 단위 통계에 활용할 수 있는 계수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 2024년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감귤나무에는 약 18만9천톤, 사과나무에는 약 17만2천톤의 탄소가 저장​돼 있는 것으로 산정됐다. 나무의 연령 차이는 있지만 새롭게 심는 주기를 기준으로 평균화할 경우 감귤나무 한 그루에는 약 12.4㎏, 사과나무에는 약 7.2㎏ 수준의 탄소가 축적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과수원이 늘어날 경우 추가적인 탄소흡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연구 자료에서는 과수원 면적이 1,000㏊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사과 과수원은 약 26만235톤, 감귤 과수원은 약 34만174톤의 이산화탄소(CO₂)를 추가로 흡수·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과수원이 단순한 농산물 생산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간 탄소를 저장하는 공간으로 평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저탄소 재배기술이나 신규 과원 조성 등과 연계할 경우 농업 분야 탄소중립 정책의 새로운 근거 자료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초지 토양도 탄소흡수원… 국가 고유계수 적용하니 3.4% 증가

초지의 탄소흡수 능력도 다시 평가되고 있다. 초지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일부를 토양 유기탄소 형태로 저장한다. 그러나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는 그동안 국제기후변화협의체(IPCC)가 제시한 기본계수를 주로 적용해 국내 토양과 관리환경의 특성을 충분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20년 이상 유지된 초지를 대상으로 토양 특성과 유기탄소 축적량을 조사해 국내 환경에 적합한 유기탄소 흡수계수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2023년 화산회토에서 95t/ha, 2025년 고활성점토에서 55t/ha의 유기탄소 흡수계수를 개발했다.

특히 개발된 국가 고유계수를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적용한 결과, 2021년 기준 초지 부문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IPCC 기본계수를 적용했을 때보다 약 3.4%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토양과 초지 관리 특성을 반영할수록 실제 탄소흡수량을 보다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국내 2가지 토양 유형인 저활성점토와 사질토에 대해서도 유기탄소 흡수계수를 개발할 계획이다. 방목·생태축산과 유기축산 등 친환경 축산 활성화와 함께 이상기상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목초 보급 확대, 안정적인 조사료 생산기반 구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업의 탄소가치, ‘측정’에서 시작된다

이번 연구가 주목되는 이유는 농업·축산 분야의 탄소흡수 기능을 단순한 환경적 가치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서 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지뿐 아니라 농경지와 과수원, 초지가 실제로 얼마나 흡수하고 저장하는지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야 농업의 탄소중립 기여도 역시 제대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과·감귤에서 확보한 바이오매스 산정 방법을 배·복숭아·포도 등 다른 과종으로 확대하고, 드론과 영상분석 기술 등을 접목한다면 전국 농업지역의 탄소저장량을 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산정하는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농업 탄소중립의 출발점은 ‘얼마나 줄였는가’와 함께 ‘얼마나 흡수하고 저장했는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과수원의 나무에서 초지의 토양까지 탄소흡수량을 국가 통계로 구체화하는 작업은 향후 저탄소 농업 지원과 탄소 인센티브, 농업 분야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탄소신문=이정미 기자)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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