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산불 7월에만 9만5천ha 소실로 ‘산림 탄소크레딧’ 비상
1~7월 산불·토지화재 피해 20만2천ha…7월 한 달 만에 누적 피해면적 88% 증가
엘니뇨 강도 2015년 수준 넘어…산불 위험 최대 고비 8~9월 전망
산림 탄소프로젝트 화재 감시·예방 강화…탄소크레딧 ‘영속성’ 시험대
인도네시아에서 산불과 토지화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불에 탄 면적만 약 9만5천ha에 달하면서 올해 누적 피해면적은 20만ha를 넘어섰다. 엘니뇨가 강화되는 가운데 산불 위험의 최대 고비가 8~9월로 예상되면서, 산림을 기반으로 탄소를 흡수·저장하고 이를 탄소크레딧으로 활용하는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NbS) 사업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가 18일 인도네시아 산림부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1~7월 산불과 토지화재 피해면적은 20만2,004ha로 집계됐다. 1~6월 누적 피해면적 10만7,465ha에서 7월 한 달 동안 약 9만4,500ha가 추가된 것이다.
누적 피해면적으로 보면 불과 한 달 만에 약 88% 증가했다. 다만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5년 같은 기간 약 60만ha가 피해를 본 것과 비교하면 아직 3분의 1 수준이다.
엘니뇨 강도 2015년 수준 넘어…8~9월 최대 고비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라자 줄리 안토니 인도네시아 산림장관은 의회에서 8월 중순 기준 엘니뇨 지수의 강도가 강한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5년 당시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기상당국은 엘니뇨가 2027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산림·토지화재 위험은 8~9월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7월 피해 급증 이후에도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화재 위험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기상조절 작업을 실시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단순한 산림 훼손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인도네시아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이탄지까지 불이 번질 경우 식생뿐 아니라 토양에 장기간 저장돼 있던 탄소까지 대기로 방출될 수 있어 온실가스 문제와도 직결된다.
브로모 국립공원도 1,100ha 이상 피해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자바섬 브로모 텡게르 세메루 국립공원도 산불 피해를 입었다. 지난 8월 3일 시작된 화재는 10일 당시 약 550ha를 태운 것으로 집계됐다. 주불을 진화한 뒤에도 칼데라 주변에서 새로운 화재가 발견돼 120명 이상의 인력과 물을 투하하는 헬리콥터 3대, 드론 등이 투입됐다.
이후 피해는 더 커져 18일 집계에서는 1,100ha 이상이 산불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사람의 부주의에 따른 발화 가능성도 조사했다. 이는 엘니뇨와 건조한 기후조건이 산불 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실제 발화 원인은 인간 활동 등 여러 요인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산불 위험에 산림 탄소프로젝트도 ‘비상’
대규모 산불 위험은 인도네시아의 산림 탄소시장에도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현지 자연기반해법 사업자들도 엘니뇨와 건기 심화에 대응해 화재 감시와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 탄소프로젝트는 산림 훼손을 막거나 훼손된 숲을 복원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탄소 흡수·저장량을 증가시킨 뒤, 검증된 감축·흡수량을 탄소크레딧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산불이다. 산림에 저장돼 있던 탄소가 대규모 화재로 다시 대기로 방출될 경우 당초 확보한 탄소저장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산림 탄소크레딧에서는 감축·흡수된 탄소가 장기간 유지되는지를 의미하는 ‘영속성(permanence)’이 핵심적인 품질 요소로 평가된다. 산불이나 가뭄, 병해충 등으로 저장된 탄소가 다시 방출되는 것은 ‘역전(reversal)’ 위험으로 다뤄진다.
결국 산불 위험이 커질수록 화재 예방과 조기 탐지, 산림 관리와 비상대응 능력도 탄소크레딧의 신뢰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기후변화 막는 ‘탄소숲’, 기후위험에 다시 노출
이번 인도네시아 상황은 자연기반 탄소흡수원이 가진 구조적인 과제도 보여준다. 산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대표적인 자연 탄소흡수원이지만 동시에 고온과 가뭄, 산불 같은 기후위험에 직접 노출되는 생태계다. 결국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활용하는 산림 탄소자산이 다시 기후위험의 영향을 받는 역설적인 구조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이번 인도네시아 산불 피해지역이 특정 산림 탄소프로젝트 지역과 실제로 중첩됐거나, 이미 발행된 탄소크레딧이 산불로 손실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이번 사태는 ‘탄소크레딧이 불탔다’는 의미보다는 산불 위험 증가가 산림 탄소크레딧의 영속성과 위험관리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7월 한 달에만 약 9만5천ha가 불탔지만 인도네시아 당국이 예상하는 산불 위험의 최대 고비는 8~9월이다. 엘니뇨 역시 내년 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산불은 산림 탄소시장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 산림 탄소크레딧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탄소를 흡수했느냐뿐 아니라, 흡수한 탄소를 산불과 가뭄 등 기후재난으로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지켜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