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늙어가는 한국의 숲, 이대로 괜찮은가

(사진 설명 : NbS 기반 탄소중립 해법은 폭염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사진은 한국도로공사가 운영중인 수목원 내 나무집)

숲에서 탄소중립을 묻다

우리에게 숲은 오랫동안 ‘탄소를 흡수하는 곳’으로 인식돼 왔다. 공장과 자동차 등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나무가 흡수하고, 그 탄소를 줄기와 가지, 뿌리와 토양 등에 저장한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숲의 가치가 커지는 이유다.

그러나 숲이 존재한다고 해서 매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언제까지나 같은 것은 아니다.

치산녹화 반세기, 함께 나이 들어가는 숲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산림녹화의 역사를 갖고 있다. 황폐했던 산에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었던 1970~80년대 치산녹화 사업은 오늘날 울창한 산림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문제는 당시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숲이 함께 나이를 먹으면서 산림의 연령구조도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이 2021년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2008년 약 6,100만 톤까지 증가했으나 2017년 약 4,600만 톤으로 감소했다. 산림청은 1970~80년대 집중 조림 이후 산림의 연령구조가 불균형해진 것을 주요 배경으로 설명하면서, 당시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 산림 흡수량이 약 1,400만 톤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8년 흡수량(4,560만 톤, 국가 총배출량의 6.3% 상쇄)과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수치다. 다만 1,400만 톤은 2021년 당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제시된 장기 전망치라는 점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후 의견수렴을 거쳐 2022년 확정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에서는 접근 방식도 보다 종합적으로 다듬어졌다. 산림청은 나무를 심고 가꾸고 이용하는 ‘산림 순환경영’과 산림의 보전·복원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경제림육성단지와 목재생산림을 중심으로 순환경영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산림보호지역 확대와 핵심 산림생태축 복원도 추진하도록 했다. 이 전략에서 산림 부문의 2050년 국가 탄소중립 기여 목표는 흡수량 2,360만 톤으로 제시됐다.

‘탄소 저장’과 ‘탄소 흡수’의 명확한 구분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오래된 숲은 탄소를 흡수하지 않는다’고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래된 숲에도 막대한 탄소가 나무와 토양 등에 저장돼 있으며 탄소흡수도 계속된다. 생물다양성 보전과 수원 함양, 토양 보호, 산림경관 등 오래된 숲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 역시 연간 탄소흡수량이라는 하나의 지표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숲에 이미 저장된 탄소저장량과 해마다 새롭게 흡수하는 탄소흡수량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산림청도 과거 탄소중립 전략을 설명하면서 개별 나무가 아니라 일정 면적의 나무 집단인 ‘임분’을 기준으로 할 경우 단위면적당 탄소흡수량이 임령 증가에 따라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구는 이러한 차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공개한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자료를 보면 수종과 임령에 따라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강원지방 소나무의 경우 헥타르당 연간 흡수량이 20년생에서 10.1톤 수준이지만 40년생 8.2톤, 60년생 5.4톤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제시됐다. 반면 낙엽송이나 상수리나무 등은 임령 증가에 따른 감소 폭과 흡수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결국 ‘몇 년생 숲인가’만이 아니라 수종과 입지, 생장 상태 등을 함께 봐야 한다는 의미다.

AI 산림 탄소지도부터 MRV 고도화까지

산림 탄소를 측정하는 방법도 빠르게 정교해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5년 전국 주요 산림의 플럭스타워 관측자료와 위성영상, 국가산림자원조사 결과 등을 AI로 통합해 2000년 이후 산림의 연간 탄소흡수량을 정량화한 전국 단위 ‘산림 탄소지도’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분석에서는 전남·경남 등 남부지역과 강원 산간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탄소흡수량이 나타났고 계절적으로는 봄철 증가 경향이 확인됐다.

2026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파리체제 대응 산림흡수원의 온실가스 감축실적 MRV 체계 개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산림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배출하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Measuring)하고 보고(Reporting)하며 검증(Verifying)하기 위한 체계를 고도화하는 작업이다. 산림 탄소정책도 이제 단순히 나무의 숫자를 세는 단계에서 실제 탄소의 흐름을 데이터로 측정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심는 정책을 넘어 지속가능한 ‘산림 순환경영’으로

이제 우리 산림정책도 ‘얼마나 많은 나무를 심었는가’만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나무를 심고 가꾸어 수확한 뒤 목재로 이용하고, 다시 새로운 나무를 키우는 지속적인 순환구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목재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속가능하게 수확한 나무가 건축재나 가구처럼 장기간 사용하는 목재제품으로 활용되면 나무가 흡수했던 탄소의 일부가 제품에 계속 저장될 수 있다. 산림청의 2050 전략 역시 국산 목재 이용을 확대해 탄소저장·대체 효과를 높이는 것을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탄소흡수량을 높이기 위해 오래된 숲을 일률적으로 베어 어린 숲으로 바꾸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물다양성이 높거나 보전 가치가 큰 숲은 지켜야 한다. 반대로 목재생산과 산림경영이 필요한 곳에서는 과학적인 숲가꾸기와 순환경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산림의 기능과 입지, 수종, 임령, 생태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탄소와 생태적 가치를 아우르는 정교한 관리 전략

탄소중립 시대에는 결국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산림과 목재를 아우르는 탄소의 전체 흐름을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산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철강과 석유화학, 발전, 수송 등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더라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잔여배출이 남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산림을 비롯한 흡수원이 일정 부분을 담당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황폐한 산을 푸른 숲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제 우리 앞에는 그 성공으로 만들어진 숲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다.

과거의 산림정책이 ‘숲을 만드는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숲의 탄소와 생태적 가치를 함께 관리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나무가 서 있느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숲이 얼마나 건강하게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지, 생물다양성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다음 세대의 숲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다시 숲에서 탄소중립을 묻는다.

탄소중립 시대의 숲은 단순한 녹색 공간이 아니다.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동시에 생물다양성과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국가의 핵심 자연자산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이 베는 것도, 무조건 그대로 두는 것도 아니다. 과학적으로 보전하고, 필요한 곳은 제대로 가꾸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며, 다음 숲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탄소중립 시대에 우리 숲이 가야 할 길이다.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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