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탄소중립 넘어 ‘마이너스 배출’로 탄소제거 국가전략 본격화

(사진 설명 : AI 이미지)

2045년 기후중립 달성…2050년 이후 ‘넷 네거티브’ 지향
2035·2040·2045년 기술적 탄소흡수원 목표 설정…산림·토지 흡수원도 확대
2045년 연간 3,900만~5,100만 톤 탄소제거 필요 전망…탄소제거 새 산업으로 부상

독일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존 탄소중립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를 제거하는 ‘마이너스 배출(Negative Emissions)’을 국가 기후정책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최소 65%, 2040년까지 최소 88% 감축하고 2045년에는 온실가스 순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루는 기후중립을 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목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50년 이후에는 배출량보다 제거량이 더 많은 ‘네거티브 배출’을 달성한다는 장기 방향도 법률에 담았다.

감축만으로는 부족…‘남은 탄소’를 제거한다

독일이 탄소제거(Carbon Dioxide Removal·CDR)에 주목하는 이유는 에너지 전환과 산업 탈탄소화를 최대한 추진하더라도 농업과 폐기물, 일부 산업공정 등에서는 기술적으로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잔여배출’이 남기 때문이다.

탄소제거는 대기 중 CO₂를 제거해 장기간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산림·토양 등 자연흡수원을 확대하는 방식부터 바이오차(BCR),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ECCS), 직접공기포집·저장(DACCS) 등 기술적 방식까지 다양하다.

독일은 이를 먼 미래의 보조기술이 아니라 2045년 기후중립 달성을 위해 지금부터 구축해야 할 수단으로 보고 있다. 연방기후보호법은 2035년과 2040년, 2045년에 대한 ‘기술적 흡수원(technical sinks)’ 목표를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45년 연간 최대 5,100만 톤 탄소제거 필요 전망

탄소제거가 독일의 기후중립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연구소(ISE)가 2026년 4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이 2045년 온실가스 중립을 달성하려면 네거티브 배출 기술을 통해 연간 약 3,900만~5,100만 톤의 CO₂를 제거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바이오매스를 열분해해 탄소를 저장하는 바이오차,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ECCS),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과 CCS를 결합한 방식, 대기에서 CO₂를 직접 포집해 저장하는 DACCS 등을 분석했다.

특정 기술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여러 탄소제거 기술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특히 CO₂ 포집·운송·저장 인프라 구축이 5년 늦어질 경우 탄소제거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2045년 온실가스 감축률이 1990년 대비 97%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산림·토지도 탄소중립의 또 다른 축

기술적 탄소제거와 함께 산림과 토지 등 자연흡수원의 역할도 강화한다.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은 토지이용·토지이용변화·임업(LULUCF) 부문의 온실가스 수지를 개선해 2030년 최소 2,500만 톤, 2040년 3,500만 톤, 2045년 4,000만 톤 CO₂-eq의 순흡수 수준에 도달하도록 목표를 두고 있다.

결국 독일은 산림·토지 같은 자연흡수원을 확대하면서 첨단기술을 이용한 탄소제거 능력도 함께 키우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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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새로운 산업으로

탄소제거가 확대되면서 경제적 가치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탄소중립 산업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공정 개선 등을 통해 ‘배출하지 않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대기 중 CO₂를 제거해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산업까지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차와 BECCS, DACCS뿐 아니라 CO₂ 포집·운송·저장 인프라, 제거량 측정·보고·검증(MRV), 탄소제거 크레딧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다만 탄소제거가 온실가스 감축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용과 에너지 소비, 토지·바이오매스 이용, 저장의 영속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배출량 자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선이고 탄소제거는 피하기 어려운 잔여배출을 처리하는 보완수단이라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한국도 ‘감축 이후’를 준비해야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산림 등 자연흡수원 확대와 CCUS를 비롯한 탄소 감축·제거·저장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과 농업 등에서 끝까지 남는 ‘잔여배출’을 어떤 방식으로 제거하고 관리할 것인지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독일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2045년 기후중립에 그치지 않고 2050년 이후 배출보다 제거가 많은 ‘넷 네거티브’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자연흡수원과 기술적 탄소제거를 국가의 장기 감축경로에 함께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 역시 앞으로는 ‘얼마나 줄일 것인가’를 넘어 ‘남은 탄소를 어떻게 제거하고 그 가치를 어떻게 탄소시장과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탄소중립 경쟁의 무대가 이제 ‘얼마나 줄이느냐’를 넘어 ‘남은 탄소를 얼마나 확실하게 제거하고 저장하느냐’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탄소신문=유명근 기자)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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