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나무가 ‘탄소자산’, 인도 농촌서 커지는 바이오차 시장

(사진 설명 : AI 이미지. 대나무를 이용해 바이오차를 만드는 모습)
아삼·오디샤 7,500개 농업 공동체 참여로 연간 17만5천톤 CDR 규모 제시
대나무 전정 부산물·벼짚·옥수수대 등 바이오차로 전환해 농민도 탄소제거 공급망 참여
버려지던 바이오매스의 가치 재발견해 탄소시장 ‘거래’ 넘어 ‘생산’으로
인도 농촌에서 그동안 버려지거나 경제적 가치가 낮았던 대나무 전정 부산물과 벼짚, 옥수수대 등이 새로운 ‘탄소자산’으로 변하고 있다. 농업·임업 부산물을 바이오차(Biochar)로 만들어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고, 이를 측정·검증해 탄소제거 크레딧으로 연결하는 사업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바이오차 기반 탄소제거 전문기업 Carboneers(카보니어스)는 인도와 가나에서 농업 부산물을 바이오차로 전환해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고, 이를 탄소제거 크레딧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도 동부 오디샤와 북동부 아삼에서 진행하는 바이오차 프로젝트는 현재 7,500개 농업 공동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대나무 전정 부산물과 벼짚, 옥수수대, 면화 줄기 등 다양한 농업 바이오매스를 탄소제거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아삼·오디샤 프로젝트에서 이 회사가 제시한 연간 이산화탄소 제거(CDR·Carbon Dioxide Removal) 규모는 17만5,000톤이다. 원료에는 대나무 전정 부산물을 비롯해 벼짚, 옥수수대, 면화 줄기 등이 포함된다.
농촌 부산물이 탄소제거 원료로
바이오차는 목재와 농업 부산물 등 바이오매스를 산소가 제한된 환경에서 열분해해 만드는 탄소 함량이 높은 고형물이다. 식물이 성장하면서 흡수한 탄소의 일부를 안정적인 형태로 전환해 토양 등에 장기간 저장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인도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거대한 탄소포집 시설이 아니라 농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를 탄소제거 원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태우거나 처리해야 했던 부산물을 모아 바이오차로 만들고, 저장된 탄소량을 측정·검증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로 연결하는 구조다.
농민과 지역 공동체가 이 공급망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과거 농민이 탄소크레딧 거래와 거리가 있었다면 이 사업에서는 농업 부산물을 공급하고 바이오차 생산 과정에 참여하면서 탄소제거 가치사슬의 한 축으로 들어온다.
이 회사가 공개한 전체 사업 현황을 보면 인도와 가나의 4개 프로젝트에 3만3,000명 이상의 농민이 참여하고 있으며 누적 이산화탄소 제거량은 11만9,244톤이다. 회사는 전체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농가 평균소득이 19%, 작물 수확량이 23%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이는 아삼만의 성과가 아니라 카보니어스 전체 사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집계다.
대나무만 보는 사업은 아니다
아삼에서 추진되는 고도화된 바이오차 사업을 보면 특정 작물 하나만이 탄소제거 원료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된다. 탄소제거 인증기관 Isometric에 등록된 Carboneers와 Terrafront의 아삼 프로젝트는 현지 소규모 농가에서 수확 후 발생하는 벼짚을 주원료로 바이오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일부 옥수수 재배 부산물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은 탄소제거량을 검증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집중식 열분해 시설에서 바이오차를 생산한 뒤 퇴비나 가축분과 섞어 인근 농경지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현재 프로젝트는 검증 단계이며 첫 인증서는 2026년 발급이 예상된다.
이는 바이오차 산업에서 중요한 것이 대나무나 벼짚이라는 특정 작물 자체가 아니라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경제적으로 수거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를 어떻게 탄소제거 원료로 전환하느냐라는 점을 보여준다.
대나무 연 50만톤 규모로 커지는 ‘바이오매스 경제’
아삼에서는 대나무를 대규모 산업 원료로 활용하는 또 다른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누말리가르에서는 대나무를 원료로 사용하는 2세대 바이오에탄올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사업자는 향후 3년간 3만명 이상의 농민을 대나무 공급망에 참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공장 완전 가동에는 연간 약 50만톤의 생대나무가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차는 서로 다른 사업이다. 그러나 농촌의 바이오매스를 값싼 부산물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산업 가치사슬에 편입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바이오차라고 모두 탄소크레딧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나무나 벼짚을 바이오차로 만들기만 하면 곧바로 탄소크레딧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료의 출처부터 수거·운송과 열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바이오차의 탄소 함량과 안정성, 최종 사용처 등을 확인해야 한다.
탄소제거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보고하며 검증하는 MRV(Measurement, Reporting and Verification)가 중요한 이유다. Isometric의 아삼 프로젝트 역시 현재 발급된 인증서는 0건이다.
‘바이오차를 만들었다’는 것과 ‘검증된 탄소크레딧을 생산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경제성은 더욱 중요하다. 원료 수거·운송비부터 열분해 설비와 운영비, MRV와 인증비용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 탄소크레딧 판매가격보다 탄소제거 비용이 높다면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기 어렵다.
결국 바이오차 탄소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히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탄소 1톤을 얼마의 비용으로 신뢰성 있게 제거하고, 이를 검증 가능한 탄소크레딧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서 결정된다.
한국 농촌에도 ‘잠자는 탄소자산’ 있을까
인도 사례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역시 탄소시장을 기업이 탄소크레딧을 사고파는 ‘거래시장’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농촌과 산림에서 실제 탄소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촌과 산림에서는 매년 다양한 바이오매스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경제적 가치가 낮거나 오히려 처리비용이 필요한 부산물 가운데 일부는 바이오차를 통한 탄소제거 원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디에서 어떤 바이오매스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수거하는 데 얼마가 들고, 바이오차로 전환했을 때 생산수율은 얼마이며 실제 얼마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지를 숫자로 확인하는 작업이 먼저다.
여기에 MRV와 인증비용까지 포함해 탄소 1톤을 제거해 크레딧으로 만드는 전체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탄소크레딧 판매수익이 발생한다면 원료를 공급하거나 탄소제거 과정에 참여한 농민과 지역사회에 그 가치가 얼마나 돌아갈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인도에서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대나무라는 특정 식물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가치가 낮았던 바이오매스를 찾아내고, 모으고, 탄소를 저장하고, 측정·검증해 경제적 가치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탄소시장의 다음 경쟁은 거래소의 전광판에서만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지금까지 버려지거나 돈을 들여 처리하던 바이오매스 가운데 무엇이 다음 ‘탄소자산’이 될 것인가. 인도 농촌에서 커지고 있는 바이오차 시장을 한국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유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