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 본격 시행, 수출기업 ‘탄소데이터’가 경쟁력

(사진 설명 : AI 이미지)
2026년 확정기간 돌입, 제품별 내재배출량 산정·검증 중요성 커져
관세청 ‘CBAM-PASS’ 무료 배포 추진, EU 품목분류 사전심사 가이드도 제공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부터 확정기간에 들어가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대응도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까지가 제도를 이해하고 배출량 보고체계를 준비하는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EU로 수출되는 제품의 품목번호를 확인하고 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을 정확하게 산정·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EU CBAM 전환기간은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였으며 올해 1월부터 확정기간이 시작됐다. EU는 내재배출량 산정과 모니터링, 배출량 보고방법 등 세부 이행규정을 구체화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도 확정기간이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도 국내 기업의 실무 대응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와 관세청,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지난 6월 23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정부 합동 설명회를 열고 최신 CBAM 이행규정과 배출량 산정방법, 검증 동향 등을 안내했다.
중소기업 탄소배출량 계산 돕는 ‘CBAM-PASS’
관세청은 탄소배출량 산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탄소배출량 산정 프로그램 ‘CBAM-PASS’를 개발했다. 지난해 12월 EU가 발표한 이행규정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보완한 뒤 중소기업에 무료 배포할 계획이다. CBAM-PASS는 탄소배출량 계산과 EU 측에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템플릿 작성을 지원한다.
산업통상부는 CBAM 전담 헬프데스크와 사례형 해설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제품별 내재배출량 산정을 위한 사업장별 맞춤형 컨설팅과 업종별 배출량 산정 해설서를 제공하고 있다.
품목번호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품목분류다. CBAM 적용 여부는 EU 수입통관 때 적용되는 품목번호에 따라 결정된다. 품목번호는 6단위까지 세계 공통이지만 7단위 이하는 국가별로 다르게 운영돼 국내기업의 수출신고 번호와 EU 수입자의 수입신고 번호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관세청은 이에 따라 수출기업이 자사 제품의 CBAM 대상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EU 품목분류 사전심사 신청 가이드북’을 배포할 예정이다.
CBAM 경쟁력, 결국 ‘탄소데이터’가 좌우
CBAM 확정기간 진입은 기업의 탄소 대응이 선언과 보고를 넘어 제품 단위의 측정·산정·검증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실제 배출량을 적용할 경우 제3국 생산자는 검증된 내재배출량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2026년 수입분에 대한 첫 CBAM 신고와 인증서 제출은 2027년에 이뤄진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도 제품에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내재돼 있는지 계산하고 그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공급망이 복잡한 제조기업일수록 원료와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CBAM 시대의 경쟁력은 탄소를 얼마나 줄였느냐뿐 아니라 그 탄소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계산해 증명할 수 있느냐에도 달려 있다. 2026년 EU CBAM 본격 시행은 국내 수출기업에 ‘탄소데이터 관리도 수출 경쟁력’인 시대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변화다. / 이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