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로 돈 버는 지자체 vs 세금으로 탄소 사는 지자체

대구, 잉여배출권 4만3천 톤 팔아 12억3천만원 세입 확보
CDM으로 2023년까지 563억원 세외수입, 20년 가까이 탄소시장 경험 축적
2023년 참여 지자체 54곳 중 43곳 할당량 초과, 배출권 구매

탄소 1톤이 지방재정의 자산과 비용을 가르는 시대가 시작됐다. 대구시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배출권을 관리해 남은 배출권 4만3천 톤을 팔아 12억3천만원의 세입을 확보했다. 반면 2023년 당시 배출권거래제 참여 지자체 54곳 가운데 43곳은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해 부족한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야 했다.

같은 탄소 1톤이 어떤 도시에서는 팔 수 있는 자산이 되고, 다른 도시에서는 세금으로 사야 하는 비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 배출권 팔아 12억3천만원 세입

대구시는 2025년 환경기초시설의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권 관리를 통해 7만4천 톤의 잉여배출권을 확보하고, 이 가운데 4만3천 톤을 매도해 12억3천만원의 세입을 확보했다. 나머지 3만1천 톤은 향후 배출권 부족 가능성에 대비해 다음 연도로 이월했다.

매각대금을 물량으로 단순 계산하면 톤당 평균 약 2만8,600원이다. 대구시는 배출권거래제 대상인 31개 환경기초시설에서 감축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화가스 약 2,865만㎥를 회수해 CNG버스 연료와 보일러 등에 활용하고, 태양광 발전과 매립가스 포집 등도 추진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권 관리가 실제 지방재정 세입으로 연결된 사례다.

대구의 ‘탄소 세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구의 탄소시장 경험은 2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시는 2007년 지자체 최초로 방천리 위생매립장 매립가스 자원화사업을 UN기후변화협약(UNFCCC)의 청정개발체제(CDM)에 등록했다.

대구시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을 통해 당시까지 온실가스 377만 톤을 감축 인증받고 탄소배출권 판매로 누적 563억원의 세외수입을 확보했다. 당시 CDM 사업과 이번 배출권 매각은 방식이 다르다. CDM은 매립가스 자원화로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인증받아 탄소배출권으로 판매한 것이고, 이번에는 국내 배출권거래제에서 보유한 할당배출권(KAU) 가운데 이행 후 남은 물량을 매각한 것이다.

대구는 국제 탄소감축사업에서 국내 배출권거래제까지 탄소감축 성과를 재정적 가치로 연결해 온 지자체인 셈이다.

‘줄였다’고 KAU가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 지자체는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고 실제 인증배출량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제출해야 한다. 시설 개선과 에너지 효율화 등으로 배출량을 낮추면 이행에 필요한 배출권이 줄어 잉여배출권 확보에 유리해진다.

실제 배출량도 지자체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배출량을 산정해 명세서를 작성하고 제3자 검증기관의 검증과 정부의 인증 절차를 거쳐 확정한다. 다만 남은 배출권 전체가 그해 새롭게 감축한 온실가스 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할당량과 실제 인증배출량은 물론 과거 이월·차입과 배출권 매매 등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배출권을 많이 팔았다는 것과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줄였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잉여배출권이 왜 발생했느냐다.

반대로 54곳 중 43곳은 배출권 구매

대구와 같은 사례가 지자체 전체의 모습은 아니다. 정부 배출권등록부시스템(ETRS)을 토대로 한 2024년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배출권거래제 참여 지자체 54곳 가운데 43곳은 2023년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해 배출권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약 80%다.

배출권을 구매했다고 반드시 해당 지자체가 감축에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 배출량뿐 아니라 정부 할당량의 변화, 대상시설과 과거 이월물량 등도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탄소가격 오르면 지자체 재정 영향도 커진다

지자체의 배출권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배경에는 탄소가격 상승도 있다. KAU25는 지난해 8월 8천원대에서 올해 8월 3만원 안팎까지 상승했다. 톤당 3만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배출권 1만 톤은 3억원, 10만 톤은 30억원이다.

잉여배출권을 가진 지자체에는 세입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부족한 지자체에는 같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해진다.

4차 계획기간 시작부터 ‘탄소 장부’가 달라진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이 시작되면서 시장의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제4차 계획기간 전체 배출허용총량을 25억3,730만 톤으로 설정하고 시장안정화예비분(K-MSR) 8,528만 톤을 총량 안에 새롭게 편입했다. 실제 772개 할당대상업체에 사전할당된 5년간 물량은 23억6,299만 톤이다.

발전부문의 유상할당 비율도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0년에는 50%에 이른다. 정부는 K-MSR을 통해 시장 상황에 따라 배출권 공급량을 조절하는 체계도 도입한다. 이제 지자체의 탄소중립 성과도 단순히 “온실가스를 몇 톤 줄였다”는 것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정부로부터 얼마를 할당받았는지, 실제 인증배출량은 얼마인지, 어떤 사업으로 배출량을 줄였는지, 남은 배출권을 얼마나 팔거나 이월했는지, 반대로 부족한 배출권을 사는 데 얼마의 예산을 사용했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 수치를 한데 모으면 지자체별 ‘탄소 장부’가 만들어진다. 대구가 잉여배출권 4만3천 톤을 팔아 확보한 12억3천만원은 그 장부의 한쪽 면이다. 반대편에는 부족한 배출권을 세금으로 사들이는 지자체들이 있다.

제4차 계획기간이 시작되고 탄소 1톤의 재정적 무게가 커지면서, 지방정부에서도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느냐뿐 아니라 배출권을 어떻게 관리했느냐가 새로운 ‘탄소경영’ 능력이 된다. / 유명근 기자

작성자 한국탄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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